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5월 28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770조 2728억 원을 기록했다. 4월 말(767조 2960억 원) 대비 2조 9768억 원 늘었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증가를 이끈 건 주담대가 아니었다. 주담대 잔액은 같은 기간 250억 원 소폭 증가에 그쳤다. 대신 개인신용대출이 2조 6496억 원 급증했다. 코스피 급등에 올라타려는 투자 수요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으로 흘러들어간 결과다.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 잔액도 한 달 새 1조 5000억 원 늘었다. 증시 활황과 '빚투' 경고음이 동시에 울리는 상황이다.
주담대 금리, 이미 7%를 넘어섰다
금리 흐름이 심상치 않다. 5월 22일 기준 5대 은행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4.53~7.13%다.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이다. 3월 말(4.41~7.01%)보다 상단과 하단 모두 0.12%포인트씩 더 올랐다.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4.152%로 2024년 4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5월 들어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도 5%를 향해 가고 있다. 3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 하단도 4%를 훌쩍 넘었다.
올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1.5%다. 작년(1.7%)보다 더 조인 목표다. 주담대는 총량과 별도로 추가 관리 목표까지 생겼다. 은행들이 연초부터 대출 공급 기조를 보수적으로 가져간 결과, 5대 은행의 1분기 가계대출 실적은 연간 증가 목표치 대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가계대출을 9092억 원 늘리겠다는 목표를 냈지만 1분기에 오히려 줄었다.
막힌 수요는 인터넷은행으로 흘렀다
5대 은행에서 막힌 대출 수요가 전부 사라진 건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동했다. 1분기 카카오뱅크 가계대출이 4428억 원 증가했고, 토스뱅크는 1781억 원 늘었다. 5대 은행 합산 가계대출이 1조 9491억 원 줄어드는 동안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5551억 원 늘었다.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겠다는 정책의 의도는 분명하다. 하지만 수요가 막히면 다른 곳으로 흐른다는 금융의 기본 원리는 정책보다 빠르다. 규제가 강한 곳의 수요가 규제가 약한 곳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이번에도 작동했다.
710조 요구불예금의 정체
수신 쪽에서는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 잔액이 5월 28일 기준 710조 8994억 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696조 5524억 원)보다 한 달 새 14조 3470억 원 급증했다. 약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돈이다. 정기예금처럼 묶어두지 않고, 투자 기회를 보다가 바로 움직일 수 있게 대기하는 자금이다. 14조 원이 갑자기 늘었다는 건 그만큼 투자처를 노리는 유동 자금이 시중에 넘쳐나고 있다는 뜻이다. 코스피 8000을 돌파했다가 급락하는 변동장에서 타이밍을 노리는 대기 수요가 은행 창구 안에 쌓여 있다.
정기예금도 동시에 늘었다. 잔액이 943조 3355억 원으로 한 달 새 6조 1521억 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증시 활황으로 예금이 주식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머니무브'를 막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올린 영향이다. 대기 자금과 정기예금이 동시에 늘었다는 건 시중 여유 자금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신호다.
7월 금통위 이후 달라지는 것들
5월 28일 금통위 점도표에서 21개 중 19개가 인상을 가리켰다. 시장은 7~8월 기준금리 인상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는 대체로 그만큼 따라 오른다.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7%를 이미 넘은 상황에서 인상이 현실화되면 7%대 금리가 일반화된다.
1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 1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조 원 증가했다. 2000조 원 돌파가 눈앞이다. 그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 취약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자영업자와 중저신용자는 이미 연체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대출 총량 규제로 신규 대출을 못 늘리는 동시에, 기존 대출자의 연체율이 오르면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다. 금리 인상기에 예대마진은 넓어지지만 부실 위험도 함께 커진다. 요구불예금 710조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대기 자금이라는 것도 수신 안정성 측면에서 불안 요인이다.
7월 16일 금통위 결과가 은행권 하반기 전략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