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오늘도 사이드카가 울렸다.
오늘 아침 코스피가 또 사이드카를 맞았다. 장 초반 7860.95포인트를 돌파하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7.26% 오른 28만 8000원, SK하이닉스는 14.83% 급등한 193만 6000원. 두 종목이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증권가에서 '1만피·50만전자·300만닉스'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6일 7000선 첫 돌파 이후 5거래일 만에 7800선을 넘어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1466원으로 전일보다 5.7원 내렸다. 반도체 호황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가 강해지는 흐름이다. 코스닥도 1212.88로 소폭 동반 상승했다. 지난 6일 코스피 폭등 당시 코스닥이 소외됐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글로벌 증시와 비교하면
미국 S&P500은 오늘도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이다. AI와 빅테크 실적 호조로 나스닥 역시 연일 신고가다. 1분기 미국 기업 이익이 예상을 웃돌았고, AI 성장 기대감이 위험선호 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사 분석으로는 S&P500의 향후 6개월 상단 밴드를 7700포인트로 제시하는 시각도 나왔다.
지금 글로벌 증시의 공통 키워드는 '실적 장세'다. 매크로 리스크보다 기업 이익이 시장을 이끄는 국면이다. 한국은행 부총재가 하반기 금리 인상 시그널을 내놨는데도 코스피가 당일 5% 넘게 오른 것이 그 방증이다. 금리보다 실적이 강하다.
다만 구조적 차이가 있다. S&P500은 IT·헬스케어·금융·소비재 등 다양한 섹터에 분산돼 있다. 나스닥은 기술주 집중이지만 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메타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각자의 사업 축을 갖고 있다. 코스피는 다르다. 오늘 기준 시가총액 상위 4개 종목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자우·SK스퀘어가 코스피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사실상 두 회사의 주가가 한국 증시 전체를 움직이는 구조다.
일본 닛케이는 30여 년의 긴 침체를 거쳐 작년에야 버블 시대 고점을 회복했다. 중국 항셍은 여전히 장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맥락에서 코스피의 현재 상승은 오랫동안 저평가됐던 시장이 뒤늦게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코스피의 3년 누적 수익률은 S&P500보다 아직 낮다. 따라잡을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이 이 장을 만들었나
실적이 핵심이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 SK하이닉스의 HBM 수익 폭증. 올해 코스피200 상장사 영업이익 300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32조 원, SK하이닉스는 247조 원이다. 두 종목 개별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을 각각 넘어서는 수준이다.
수급도 뒷받침됐다. 개인투자자들이 연초 외국인 52조 원 순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시장을 지탱했고, 4월부터 외국인이 방향을 틀어 순매수로 전환했다. ETF 자금 유입도 빠르다. ETF 순자산총액이 400조 원을 넘어서며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의 60%를 ETF가 차지한다. 개인 투자 저변이 과거와 다르게 넓고 두터워졌다.
정책 환경도 우호적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국민성장펀드, 배당 확대 유도 세제개편. 오래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걷어내려는 정부의 의지가 시장에 깔린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 장의 빛과 그림자
오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급등하며 지수를 이끌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아직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다. 그러나 여전히 이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 6일 코스피가 6.45% 폭등한 날 하락 종목 수가 679개였다는 사실이 이 구조를 정확히 보여준다.
오늘은 코스닥도 동반 상승했다. 소프트웨어·제약바이오 등 다른 섹터로 순환매가 번지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반도체 쏠림이 완화되고 시장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반대로 오늘 하루 반짝으로 끝나면 양극화 구조는 그대로다.
체감 경기와 증시의 간극은 여전하다. 코스피는 7860을 넘어섰지만 자영업자 연체율은 오르고 있고 소상공인 부담은 줄지 않았다. 57조짜리 실적이 경제 전반의 온도를 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를 보면
증권가에서는 '1만피'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무리한 숫자처럼 들리지만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300조 원대에 근접하고 있고,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2028년까지 이어진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WGBI 편입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 구조가 만들어지면 추가 상승 여력이 생긴다.
단기 변수는 5월 21일로 예고된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이다. 반도체 팹이 18일 멈추면 수율 회복까지 그 두 배 이상이 걸린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오늘의 호재가 내일의 악재로 뒤집힐 수 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상단을 제한하는 변수다.
7000을 넘는 데 47거래일이 걸렸다. 7000에서 7800을 넘는 데는 5거래일이 걸렸다. 속도가 붙었다. 그 속도가 실적이라는 단단한 바닥 위에 서 있는 한 이 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