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박재형 기자 | 오늘 오전 9시 2분, 코스피가 전장보다 311.25포인트(4.49%) 오른 7248.24를 찍었다. 수십 년간 한국 증시의 '꿈의 숫자'로 불렸던 7000선이 뚫린 순간이었다. 지수는 2.25% 오른 7093.01로 출발했고, 오전 9시 3분께 5.40% 상승한 7311.54까지 치솟으며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딜링룸에서는 축하 세리머니가 벌어졌다.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광경이었다.
코스피는 지난 2월 25일 역대 처음 6000선을 뚫은 지 2개월여 만에 7000선 고지를 밟았다. 거래일 기준으로는 47거래일이다. 4000선(2025년 10월 27일), 5000선(2026년 1월 22일), 6000선(2월 25일)에 이어 7000선까지, 1000포인트씩 계단을 밟으며 올라온 속도가 가팔랐다.
무엇이 7000을 만들었나
도화선은 반도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프리마켓에서 각각 7%, 14%대 급등해 역대 최고치인 '25만전자'와 '160만닉스'를 기록하면서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영업이익 57조 원이 시장 예상을 20조 가까이 뛰어넘은 충격파가 아직 식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 외부 호재가 더해지며 폭발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하락했고, AI와 반도체 관련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론이 번지면서 전날 밤 뉴욕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 훈풍이 서울 개장과 함께 직격탄으로 날아들었다.
지수가 7000선을 넘어서면서 코스피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60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 상장기업 전체 가치의 합산이 6000조 원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개미가 버텼고, 외국인이 돌아왔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이 '칠천피' 시대의 문을 열었지만 든든한 수급이 뒷받침을 해줬기에 가능했다. 개인이 연초 이후 꾸준한 매수세로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며 증시를 떠받쳤고, 이후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코스피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숫자를 들여다보면 드라마가 보인다. 외국인은 2월 21조원, 3월 35조원을 팔아치우며 올해 누적 52조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 물량을 받아낸 게 개인이었다. 개인투자자는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16조 8853억원을 순매수했고, 특히 3월에만 33조 5689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던지는 동안 개미들이 묵묵히 받아냈다.
그리고 4월부터 판이 바뀌었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 8424억원을 순매수했고, 지난 4일에는 하루에만 2조 9457억원을 순매수하며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개인이 버티는 동안 외국인이 방향을 틀었고, 그 두 힘이 합쳐진 결과가 오늘의 7000이다.
ETF가 새 변수로 등장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ETF 순자산총액(AUM)은 연초 300조원을 돌파한 이후 석 달 만에 100조원이 불어나며 지난달 400조원을 넘어섰고, ETF의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해 44%에서 올해 약 60%까지 확대됐다. 개인의 투자가 직접 매수보다 ETF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7000이지만, 반가운 것만은 아닌 이유
반도체 중심의 장세가 계속되면서 'K 성장(양극화 성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7000을 넘었지만 PBR 1 미만 기업은 여전히 다수다. 지수는 올랐어도 시장 안에서 온기가 고르게 퍼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오른 날, 나머지 종목이 제자리이거나 하락하는 날이 많았다. '반도체 없이 코스피 없다'는 말이 칭찬인지 경고인지 구분이 안 되는 장세다.
코스닥은 이 흐름에 여전히 소외돼 있다. 코스피 4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닥은 같은 기간 하락세를 보였다. 대형주로 자금이 쏠리는 구조 속에서 중소형주와 성장주는 따로 논다.
다음 고지는 어디인가
AI 모멘텀이 이어지며 이달 내 7700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이란 휴전이 확정되고 유가가 추가 하락하면 그 시나리오는 더 빨라질 수 있다. HBM4 수율 안정화와 하반기 반도체 수요 전망이 관건이다.
리스크도 있다. 반도체 쏠림에 따른 피크아웃 가능성, 코스닥 소외, 여전히 외국인 누적 매도 규모가 크다는 점. 7000은 새로운 출발점인 동시에, 이 상승이 얼마나 넓고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오전 9시 2분, 한국 증시 역사에 새 페이지가 열렸다. 이 페이지가 어떻게 채워질지는 이제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