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이혜진 기자 | 현대자동차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후퇴했다. 외형 성장은 이어졌지만, 글로벌 정책 비용과 전동화 투자 확대가 동시에 작용하며 이익률이 압박받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기 실적 변동이 아닌 제조 중심 기업이 소프트웨어·전동화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로 본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86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판매량은 안정적이었지만, 수익성 지표는 둔화됐다. 이는 단순 판매 부진이 아니라 비용 구조와 시장 환경 변화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관세와 인센티브…글로벌 비용 구조의 변화
수익성 악화의 핵심 요인은 북미 시장의 정책·비용 환경 변화다. 관세 부담과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 인센티브 확대는 차량당 마진을 압박했다. 북미는 현대차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비용 변화가 전체 수익 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에서 가격 인상으로 비용을 전가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형성됐다. 글로벌 소비 둔화와 경쟁 심화 속에서 판매량 방어와 수익성 유지 사이의 균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전동화·SDV 투자…플랫폼 전환 비용
현대차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차량을 단순 기계 제품에서 데이터 기반 이동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확대를 동반한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단계로 평가된다.
환율 효과보다 큰 구조적 압력
4분기 실적에서도 매출은 증가했지만 이익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환율 효과가 일부 완충 역할을 했으나, 물류비·원자재 비용과 글로벌 마케팅 지출이 이를 상쇄했다. 전기차 수요 조정과 중국·유럽 시장 경쟁 심화 역시 영향을 미쳤다.
전략 전환의 핵심: 현지 생산과 하이브리드 믹스
현대차는 북미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구조적 비용을 줄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미국 생산 거점 강화는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고 공급망 효율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또 하나의 축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는 안정적인 수익과 시장 수요를 동시에 확보하는 완충 장치로 작용한다. 이는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접근이다.
제조에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업계는 이번 실적을 “자동차 제조사의 구조적 진화 과정”으로 해석한다. 판매량 확대보다 플랫폼 경쟁력과 파워트레인 믹스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결국 현대차는 더 많이 판매하면서도 더 복잡한 비용 구조 속에서 운영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핵심 과제는 관세 부담을 줄이는 생산 구조와 고수익 전동화 라인업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다.
이번 실적은 단기 부진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 제조에서 소프트웨어·전동화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전환기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판매량이 아니라 기술·플랫폼 완성도가 결정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