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 정부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통신사·금융사·가상자산 거래소까지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내놨다. 불법 개통 휴대전화는 단 한 차례만 적발돼도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고, 금융사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속아 송금했더라도 배상 책임을 지우는 제도가 도입된다. 범죄에 활용된 전화번호는 10분 안에 차단된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기존 사후 대응 중심에서 벗어나 예방·선제 대응을 위한 유관기관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다음 달부터 경찰청을 중심으로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이 출범한다. 경찰청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인력은 기존 43명에서 137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통합대응단은 피해 접수 즉시 상담·분석을 진행하고, 범죄에 이용된 번호는 10분 이내 긴급 차단한다. 분석된 정보는 전담수사조직에 공유돼 전국 단위 병합수사로 이어진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TF를 운영하고, 전국에 40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 인력을 증원한다. 내년 1월까지는 5개월간 보이스피싱 특별단속도 진행된다.
휴대전화 판매점·대리점은 단 1건의 불법 개통만 적발돼도 통신사와의 계약이 해지된다. 알뜰폰 사업자를 포함한 이동통신사도 관리 부실로 불법 개통이 다수 발생하면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와 같은 중징계를 받는다.
외국인 휴대전화 개통은 기존 2대에서 1대로 제한되며, 개통 시 안면인식 등 본인 확인 절차가 강화된다. 이통사는 외국인 가입자가 특정 대리점에서 급증하는 등 이상 징후를 탐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해야 한다.
AI 기반 예방 시스템 도입
정부는 금융사에 무과실 배상 책임제를 도입해 피해자가 직접 송금했더라도 금융사가 일부 혹은 전부 배상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카드 분실 피해 발생 시 카드사가 결제 책임을 지는 제도와 유사하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허위 신고를 통한 ‘보험사기형 배상 요구’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정부는 수사당국과 정보 공유를 강화해 피해 사실을 면밀히 검증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이상 거래 탐지, 거래 목적 확인, 지급 정지 및 피해금 환급 의무를 지게 된다.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이 가상자산으로 세탁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금융·통신·수사기관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플랫폼도 도입한다. 이를 통해 범죄 의심 계좌를 사전 파악하고, 피해 발생 전 계좌 정지 등 선제적 차단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제조사·이통사에는 향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이 내장된 단말기 출시도 확대하도록 유도한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보이스피싱을 반드시 근절하겠다”며 “의심 전화·문자는 대응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에 나선 경찰관 사례를 언급하며 “불법 추심·보이스피싱을 제도적으로 막아 국민의 안전한 금융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