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다가오는 2022년, 대한민국을 바꿔놓을 주요 ICT 이슈에 대해 국내 석학들에게 직접 듣는 <2022 ICT 이슈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자동차업계가 자율주행차에 주목하고 있다. 비상시에만 사람이 보조하는 수준의 레벨3 자율주행차를 넘어, 레벨4 자율주행(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하는 구간 내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까지 바라보는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적극적이다. 정부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7년간 1조 974억 원을 투입한다. 서울시는 내년 4월부터 청계광장부터 청계천 구간 4.8km를 순환하는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한다. 향후 5년간 1487억 원을 투입, 2030년까지 시내에 자율주행차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20일 현재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향후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기석철 충북대학교 교수(스마트카연구센터장)에게 물었다.
기 교수는 자율주행 관련 국내 기술 수준이 아직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와 대기업의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대학에서의 우수 인력 육성 ▲활발한 기술벤처 창업이 이뤄지는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율주행은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인 만큼 법‧제도의 정비와 국가지원 연구개발(R&D) 사업의 추진, 지자체의 자율주행 실증사업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2022년에는 다양한 3단계 자율차가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운전자는 새롭게 출시되는 차량의 ODD(Operational Design Domain, 작동설계영역)가 어떤 상품성을 가지고 있는지 면밀히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이다]
Q. 현재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자율주행 관련 국제 표준과 핵심 SW, 센서 및 부품기술에서 국내기술 수준이 아직도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와 대기업의 대규모 R&D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대학에서는 우수 연구 인력이 육성되고 있으며,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벤처 창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2021년 범부처 조직으로 자율주행기술혁신사업단을 출범하면서 향후 7년간 약 1조 원 이상의 R&D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KPMG의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자율주행 산업의 준비지수(Readiness Index)는 2019년 전 세계 13위에서 2020년 7위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런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Q. 국내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가. 또 어떤 부분부터 기술을 발전시켜나가야 하는가.
자율주행 기술은 기존의 자동차 기술과 첨단 ICT 기술의 융합체다. 센서, 반도체, 인공지능, SW, 무선통신, 보안, 에너지, 가상 시뮬레이션 등 매우 복잡한 기술들이 모바일 플랫폼에 결합되어 상용화 수준으로 개발돼야 한다.
자동차업체는 자율차 상용화를 위해서 ODD를 제시해야 한다. 우선 작동 영역이 기술적으로 용이하고 단순한 ODD부터 상용화를 시작, 점점 더 고도화된 ODD를 가진 차량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단순한 ODD를 가진 자율차량은 기술적인 난이도가 낮아서 상용화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상품성이 부족하여 제한된 시장에만 판매가 가능할 것이다. 일반 운전자 수준의 ODD를 가진 자율차량 개발을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현재의 기술 수준을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 10여 년 전부터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상용화를 시작하여 자율차 상용화를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ICT 기업들도 자신들의 강점 기술을 앞세워 막대한 투자 경쟁 중이다. 이러한 투자가 계속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차세대 기술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Q.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세워야 하는가.
자율주행 자동차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다. 자동차관리법, 도로교통법, 운전면허제도 등의 관련 법·제도의 정비가 수반돼야 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국가지원 R&D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국산화 기술 확보, 중소기업 육성, 전문인력양성, 교통 인프라 확대 등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자율주행 실증사업을 추진하여 공공 수요 창출, 일반인 대상의 사용성 분석, 기술 안전성 검증 등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이러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Q.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시민이 많다. 추후 법안이나 제도가 정비될 때 고려해야 할 안전 기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차량 고장이나 교통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차량의 안전성 확보에 많은 투자가 되어 왔고, 제품 상용화에도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에 우려의 시각을 보이는 견해는 안전성 검증 프로세스와 평가 표준 등의 개발이 아직까지 미흡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새롭고 다양한 기술들이 융합되어 개발되기 때문에 기존의 검증 방법만으로는 완벽한 안전성 검증이 불가하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동시에 안전성 검증 기술이 병행되어 개발되어야 한다. 국제적으로 ISO, UNECE, NCAP, NHTSA 등의 안전성 평가와 관련된 기구에서 자율주행 상용화에 필요한 안전성 요구사항, 평가 방법, 가이드라인 등을 준비하고 있다.
Q. 2022년 자율주행 산업이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하는가. 또 더 먼 미래를 바라봤을 때, 4~5단계 자율주행차는 언제쯤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가 3단계 자율주행차를 출시했다. 60kph 이하 속도, 운행지역 제한 등 아직은 상품성이 부족한 ODD를 제시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3단계 자율주행차 출시의 시발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22년부터 다양한 3단계 자율차 출시가 예상된다. 차량을 구매하려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신규 출시되는 차량의 ODD가 어떤 상품성을 가지고 있는지 면밀히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
4단계 기술은 대량 생산된 완성 차량을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는 시장보다는 로봇택시, 자율주행 셔틀버스, 자율 배송 등 모빌리티 서비스업체들이 특수한 차량을 개발하여 새로운 이동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5단계(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한 완전자동화) 자율주행차는 아직까지 상용화 시기와 시장 진출 방법을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기석철 충북대 교수는 삼성전자에서 20여 년간 영상인식 기술을 연구했으며, 이후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중 하나인 만도에서 전자연구센터장으로서 5년간 자율주행차 센서와 제어기기를 개발했다. 현재 충북대 스마트카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충북대는 오창캠퍼스 오창캠퍼스 8만 3000㎡에 총 사업비 295억 원을 투입, 국내 대학 최초로 자율주행 테스트베드(C-track)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