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e코노믹 = 우혜정 기자] 인공지능(AI) 비서의 목소리는 왜 여성 목소리가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을까.
30일 기준 삼성전자의 빅스비,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헤이카카오, KT 기가지니, SK텔레콤 아리아 등은 모두 여성 목소리가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상태다.
미국 IT매체 씨넷은 최근 욜란데 스트렌저스 호주 모나쉬 대학 조교수와 제니 캐네디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 연구원의 주장을 인용, “여성의 목소리가 기본으로 설정된 AI 음성 비서 등은 가부장제에 뿌리를 둔 간병인, 가정부, 주부, 정서적 노동자 등의 역할로 여성의 이미지를 퍼뜨린다”고 지적했다.
스트렌저스 조교수와 캐네디 연구원은 자신의 저서 ‘The Smart Wife’에서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 더 많은 여성이 AI 프로그래밍 업계에 고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노동 통계국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컴퓨터 프로그래머 중 80.7%가 남성이고, 이들에게 성적인 우려는 고려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 목소리 기본값 설정, 이유 있나요?
업계는 여성 목소리가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이유로 이용자들의 호감도가 높다는 점을 든다.
2008년 미국 인디아나대학 정보과학 교수인 칼 맥도먼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남성 참가자 151명과 여성 참가자 334명을 대상으로 남성·여성형 음성을 들려주자 남녀 모두 여성의 목소리를 더 ‘따뜻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한 연구소의 고객 대상 테스트에서도 남성은 여성의 목소리를, 여성은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절반씩 선호해 대상자의 75%가량이 여성 음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목소리가 알아듣기 좋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전 조사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전달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반 시민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30일 서울 시내에서 진행한 시민 인터뷰에서는 반응이 확연히 갈렸다.
회사원 이모씨(48세, 남성)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고객센터 음성, 가전제품 안내음도 모두 여성이다. 예전부터 이렇게 쓰여오니 음성비서를 사용하면서도 별 문제를 못 느꼈던 것 같다”면서 “생각해볼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22세, 여성)은 “비서나 도와주는 역할은 젊은 여성이 하는 일이라고 당연하게 여겨서인 것 같다. 업체들이 아예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성별을 고를 수 있도록 바꿔준다든지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정주부 정모씨(44세, 여성)은 “개인적으로 여성 목소리를 더 선호한다. 일일이 설정하는 것도 불편하고 그냥 여성 목소리를 기본값으로 설정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회사원 이모씨(35세, 남성)도 “여성 목소리가 전달력이 높아서라고 생각한다. 업체에서 여러가지 조사를 하고 서비스를 출시했을텐데 소비자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정한거라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