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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는 왜 '영업비밀'일까? 

유저들 "확률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것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임사도 모른다’는 확률 마주한 유저들 불만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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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e코노믹 = 이지혜 기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업계가 ‘영업비밀’ 침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고개를 갸웃하는 게이머들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는 왜 ‘영업비밀’일까?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주요 게임사들이 부회장사로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15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 관한 협회 의견서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실에 제출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게임제작업자 또는 게임배급업자가 게임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을 제공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등을 표시하도록 했다. 

 

“게임 재미 위한 본질적인 부분...대표적인 영업비밀”

 

협회 측은 확률정보와 관련,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인 부분 중 하나”라면서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해야 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대표적인 영업비밀”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현재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각 게임마다 확률형 아이템을 운영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변동 확률’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항상 변동되므로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도 그 확률의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게임 사업자로서는 애당초 특정한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공급확률의 산정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의견서 내용이 밝혀진 후, 유저 입장에서는 확률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는 것에 대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게임업계의 자율 규제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 확률형 아이템 및 확률형 강화 아이템 확률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청원이 등록되기도 했다. 

 

사실 게임사가 확률 정보에 대해 ‘영업비밀’이라고 반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에도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표시하도록 한 게임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고, 당시에도 게임업계는 해당 법안이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라고 비판하면서 “전체 매출 중 확률형 아이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관련 자료를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에 요청했는데 영업비밀이라면서 안주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개별 아이템 확률도 영업비밀...비공지성‧비밀관리성‧경제성‧유용성 충족”

 

확률형 아이템은 정말 게임사의 영업비밀일까. 자세한 설명을 2016년 국회에서 진행된 ‘게임 이용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토론회’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과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이 개최했다.

 

토론에 참여한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에 있어서 구간별 확률뿐만 아니라 개별 아이템의 확률 모두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과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영업비밀은 ▲불특정 다수인이 그 정보를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음(비공지성) ▲특정 정보를 영업비밀로 지정해 관리하는 등 상당한 노력이 있음(비밀관리성) ▲정보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생산비 절감, 효율적 판매 등 경쟁자에 대한 경쟁 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음(경제적 유용성) 등 상태가 충족돼야 한다. 

 

황 교수는 개별 아이템의 정확한 획득 확률은 일반에 공개돼 있지 않으므로 ‘비공지성’을 충족한다고 봤다. 또한 개별 확률을 설정·관리하는 대상자가 제한되는 등 내부적으로 관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비밀관리성’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확률형 아이템의 개별 결과물 획득 확률을 어떻게 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해당 아이템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 유용성’ 조건도 충족한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소비자인 게임이용자가 자신이 소비하는 상품과 관련한 일정한 정보에 대한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게임사업자의 영업의 자유 또한 헌법 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이 두 권리 간의 균형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음료수 등의 경우 일정한 범위 내에서 성분이나 원재료를 공개하지만 이를 얼마에 구입해 얼마의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가 등의 가격체계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므로 공개를 강제할 수 없는 것처럼, 일종의 가격체계에 해당하는 개별 아이템의 확률은 게임 영업의 본질적 영역이자 핵심적인 영업비밀이라 소비자의 알 권리를 근거로 공개를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업이 의도한 확률의 게임 내 분포 공개돼...기업 노하우 유출될 수 있다”

 

게임이용자보호센터(GUCC)가 2018년 발간한 ‘게임이용자보호와 자율규제 보고서’ 창간호에도 확률 정보 공개에 대한 내용이 있다. 

 

센터는 아이템 A, B, C가 포함된 확률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모두 공개하면, 그것은 그 자체로 기업이 의도한 A, B, C 확률의 게임 내 분포라는 일종의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확률 아이템에 D라는 아이템을 추가해 확률을 모두 공개하면, 새로운 아이템을 추가할 때 해당 기업이 이 새로운 아이템의 게임 내 분포 비율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기존 아이템의 분포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는지에 대한 기업 고유 노하우 및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신희 IT 컨설턴트는 16일 본지에 “확률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 점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유저들이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면서 “컴플리트 가챠 등 이중·삼중으로 꼬인 수집 방법, 2억 원을 넘게 부어도 나오지 않는 아이템, ‘게임사도 모른다’는 확률을 마주한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자정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